한창 건축학개론 영화가 유행일때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갔었다.
서연의집 근처의 식당에 갔다가 혼자 밥을 먹는 30대 여자를 보았다. 혼자 궁상 맞아 보이는 모습이 왜 인지 싫었다. 저 여자는 친구가 없나? 굳이 왜 혼자 여행을 하지?
그리곤 혼자 여행은 절대 하지 말자며 다짐을 했다. 훗날 내 모습이 될꺼라고는 상상도 못한채
그때 당시는 혼밥이라는 문화가 점점 퍼지고 있던 때이지만, 난 고지식하고 얇팍한 사고를 가진, 남의 눈치나 보며 사는 인간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의 틀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달라졌다.
20대엔 모든 것이 새로웠기에 국내여행으로도 만족이 되었고 낮에는 회사, 밤에는 학교 등 사회에 자리잡기 위해 모든것이 바빠야만 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애들은 사서 고생한다” 라며 우물안의 한국인으로 ,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라고 외치며 서울을 숭배하는 촌년에 불과 했다.
해외여행은 동남아로 한두번 가보기도 했지만 패키지 여행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뺑뺑이를 돌리며 겉핡기식이었기에 여행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20대의 끝자락에서 하나 둘 결혼한 친구들,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는 친구들 등, 그들은 각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난 30대가 되었을 때 장기 연애가 끝나게 되며 나에게 남은건 일과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쉴틈 없이 달려왔기 때문일까, 번아웃 따위만 나에게 남겨져있었다.
30대가 되고나니 바빴던 생활에서 벗어나 어느정도 여유를 찾았지만, 할게 없어진 생활이 너무나 이상했다.
본격적으로 혼자라는 시간을 그때 맞이한 것 같다. 예전과 다르게 더 이상 추근덕 되는 남자들도 없었고 친구들도 점차 만나기 힘들졌다. 난 다른 곳에 몰입 할 것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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